2018. 2. 16. 12:42ㆍSTEDI 여행_해외/칠레
베이스 캠프를 지나, 지도 상으로 세 시간의 트레킹을 시작한다.
오전에 흐렸던 날씨는 어느새 화창하게 맑아지고,
숲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이 상큼하게 다가온다.
숲 길을 지나자 그늘이 없는 구간이 나와 살짝 긴장ㅜㅜ
이미 전 여행에서 뒤집어진 얼굴이 늦게나마 걱정이다.
이럴 땐 구름이 중간 중간 햇볕을 가려주는 것도 좋지!
갈수록 조금씩 어려워지는 코스를 지나고, 다리도 건너고
트레킹 내내 혼자 이거나, 간혹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게 전부라
자연과 오로지 하나된 기분이 든다.
위대한 자연을 앞에 두고 있으니,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렇게 풍경에 푹 빠져, 조금은 힘들고 지칠 때 쯤
드디어 토레스 델 파이네의 삼봉 전망대(Base de las Torres Lookout )가 모습을 드러낸다.
삼봉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힘이 불끈 솟아 정신없이 달려간다.
트레킹을 할 땐 그렇게 좋던 날씨가 삼봉에 다다르자 조금씩 흐려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 진다.
삼봉을 처음 본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고,
빠르게 다가가 본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곳 중 한 곳에 내가 오다니,
삼봉에 있으면서도 그저 신기하다.
높이가 있어서 그런가? 바람도 제법 불고, 구름의 흐름도 빠르고...
그래서 인지 장소에 머물고 그저 삼봉을 바라 볼 뿐인데, 지루하지가 않다.
구름의 흐름에 따라, 햇빛에 따라 빠르게 바뀌는 삼봉과 호수의 색~
더 보고 싶고, 더 머물고 싶지만 구름 사이로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는 것 같아
천천히 발걸음을 돌리지만, 계속해서 시선을 두게 된다.
트레킹 하기 정말 좋은 날씨에,
하늘과 구름이 적당히 섞여 있는 삼봉을 보니, 큰 숙제를 마친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