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6. 05:32ㆍSTEDI 코이카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커뮤니케이션 그룹 학생들이 나를 부른다. 자기들과 함께 잠깐 좀 가자며~
수업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말하니, 동료 강사에게 미리 얘기해 놓았다며 괜찮다고...
그렇게 학생들과 함께 나섰는데 장소에 도착한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한국으로의 복귀를 한 달 여 남겨두고, 학생들이 준비해준 깜짝 파티!
동료 강사는 내 수업을 대신 해 주기로 학생들과 말을 맞췄고, 학생들은 모두 함께 오늘의 파티를...
말로 표현 못할 감동에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나를 위해 준비해 준 오늘의 파티를 누구보다 더 신나게 즐기기로 마음 먹고,
학생들에게 오늘을 맡겼다. 그랬더니 앞으로 나오라네~ㅋ
학생들의 주문대로 앞으로 나와 의자에 앉으니, 모두가 준비해 온 선물을 하나하나씩 건네 주는데
며칠 전 갑자기 단체사진을 찍자고 하길래 사실 영문을 잘 몰랐는데, 액자를 받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ㅜㅜ
대형 콜롬비아 국기도 선물받고,
학생들의 그림, 편지...
컴디 학생들에겐 한국어를 따로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예쁜 정성에 계속해서 활짝 웃음이 이어졌다.
나와 마찬가지로 구글 번역기 친구를 잘도 활용한 우리 학생들!
그렇게 선물 받는 시간을 갖고, 본격적으로 학생들과 파뤼! 파뤼!
어떤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저 학생들이 이쁘고 귀엽고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마냥 기쁘면서 또한 마냥 나도 모르게 슬퍼졌다.
그들을 알기에 오늘의 파티 준비가 어쩌면 부담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동안 고마웠다고 밝게 웃어주는 학생들!
한국에 갔다가 꼭 다시 돌아오라고 말해주는 착한 학생들의 말에 순간 북받쳐 오르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킨다.
말로는 꼭 다시 오겠다고 대답하지만, 그게 쉽지 않음을 모두가 알기에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만남을 추억하기 위해, 학생들이 어렵게 오늘을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최고로 기쁘면서도 최고로 슬픈 날...
후회없도록 한달을 보내자고 다짐했지만, 아무리 잘 지내도 왠지 한국으로 돌아갈 땐 후회가 남을 것 같다.
학생들에게 고마워서,
학생들에게 미안해서,
그리고 학생들이 보고 싶어서...
사실 이곳이 콜롬비아였기에 가능했던 이러한 관계들!
사십을 넘긴 나이에 십대, 이십대 청년들과 허물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리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오늘 새삼 느낀다.
한명 한명 기억하려고 사진을 찍어보지만,
왠지 잘 웃어지지 않고 얼굴에 슬픔이 계속 묻어나서
사진 찍는 걸 그만두고, 조용히 화장실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들이 어느새 또다른 이쁜짓?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오자마자 다 함께 사진 찍자며...
각자 이름을 적은 콜롬비아 국기를 들고, 모두 함께...ㅜㅜ
계속되는 감동~
한국사람들이 정이 많다고 하지만,
콜롬비아에서 지내며 느낀 건, 이 곳 사람들의 정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
또 다시 벅차 오를 쯤, 오늘을 즐기자며 댄스! 댄스! 살사~ 바차타~ 레게똔~
학생들의 모습에 울다가 웃다가...
오늘은 정말 생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행복한 날이다.
소중한 선물들...마음들...
한국으로 잘 가져가기로 다짐해 본다.